[목필균] 참 스승 참스승 -목필균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 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이 *시집『꽃의 결별』(오감도, 2003) ------------------------------------------------------ 온몸으로 보여 주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입으.. 시하늘 시편지 2009.07.26
[고재종] 눈물을 위하여 김준권 작, 다색목판/미루나무 마을 눈물을 위하여 -고재종 저 오월 맑은 햇살 속 강변의 미루나무로 서고 싶다 미풍 한자락에도 연초록 이파리들 반짝반짝, 한량없는 물살로 파닥이며 저렇듯 굽이굽이, 제 세월의 피로 흐르는 강물에 기인 그림자 드리우고 싶다 그러다 그대 이윽고 강둑에 우뚝 나서 .. 시하늘 시편지 2009.07.26
[김광규] 물길 물길 -김광규 언젠가 왔던 길을 누가 물보다 잘 기억하겠나 아무리 재주껏 가리고 깊숙이 숨겨 놓아도 물은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의 몸을 담아 보고 자기의 깊이를 주장하느니 여보게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게 제 가는 대로 꾸불꾸불 넓고 깊게 물길 터주면 고인 곳마다 시원하고 흐를 때는 아름다운 .. 시하늘 시편지 2009.07.26
[나태주] 시 시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 시하늘 시편지 2009.07.26
[구상] 오늘 오늘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 시하늘 시편지 2009.07.26
[정희성] 산 산 / 정희성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 직장 동료에게『詩하늘』겨울호를 전해주고 돌아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시가 참 좋아요, 정희성 시인.. 시하늘 시편지 2009.07.26
[김상현] 눈길을 내며 눈길을 내며 -김상현 눈을 쓸며 길을 냈습니다 되도록 멀리까지 길을 냈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길을 냈습니다 혼자 있기가 쓸쓸해서 길을 냈습니다 아무나 찾아올 수 있도록 길을 냈습니다 기다림을 위해 길을 냈습니다 길을 내면서 행복해 했습니다 휘파람을 불면서 눈을 쓸었습니다 그리고.. 시하늘 시편지 2009.07.25
[곽재구] 기다림 기다림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 시하늘 시편지 2009.07.25
[김수엽] 유리창 유리창 -김수엽 이 아침, 내 뜰 안을 팽팽하게 채운 안개 닦으면 닦을수록 일어서는 투명한 벽 잊고 산 얼굴 하나가 물방울로 흘러내리고 밖은, 갓 헹구어 낸 빨래 같은 풍경들 바람 따라 도막도막 박음질로 수런대고 눈 끝엔 절단된 산맥 성큼성큼 매달린다 빗물 또는, 폭설에도 지워지지 않은 문신 갈.. 시하늘 시편지 2009.07.25
[안도현] 둘레 둘레 -안도현 이 술잔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입술을 갖다 대고 술을 마실 수 없었겠지 그래, 입술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할 수도 없었을 테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 술 마실 일도 없겠고, 술잔 속에 보름달이 뜨지도 않겠지 저 보름달에 둘레가 없었다면…… 아무도 찐빵을 만.. 시하늘 시편지 2009.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