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권 작, 다색목판/미루나무 마을
눈물을 위하여
-고재종
저 오월 맑은 햇살 속
강변의 미루나무로 서고 싶다
미풍 한자락에도 연초록 이파리들
반짝반짝, 한량없는 물살로 파닥이며
저렇듯 굽이굽이, 제 세월의 피로 흐르는
강물에 기인 그림자 드리우고 싶다
그러다 그대 이윽고 강둑에 우뚝 나서
윤기 흐르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며
저 강물 끝으로 고개 드는 그대의
두 눈 가득 살아 글썽이는
그 무슨 슬픔 그 무슨 아름다움을 위해서면
그대의 묵묵한 배경이 되어도 좋다
그대의 등 뒤로 돌아가 가만히 서서
나 또한 강끝 저 멀리로 눈 드는
멀쑥한 뼈의 미루나무나 되고 싶다
---------------------------------------------------
희망처럼 펄럭이던
저 미루나무를
맑은 마음으로 바라볼 시간이 온다
그때는 그저 보기만 해도 싱그러웠다
쓸 데 없는 나무라고
희망 자르듯 베어 버린
우리들의 무리를
후회할 날이 올 거다
마음의 가로수로
미루나무를 마음껏 심고 싶은
봄날의 하오
저 나무의 키처럼
희망 한 그루도 키우고 싶은
詩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