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고재종] 눈물을 위하여

行雲300 2009. 7. 26. 02:01

김준권 작, 다색목판/미루나무 마을

 

 

 

                  

눈물을 위하여

-고재종  

               


저 오월 맑은 햇살 속

강변의 미루나무로 서고 싶다

미풍 한자락에도 연초록 이파리들

반짝반짝, 한량없는 물살로 파닥이며

저렇듯 굽이굽이, 제 세월의 피로 흐르는

강물에 기인 그림자 드리우고 싶다

그러다 그대 이윽고 강둑에 우뚝 나서

윤기 흐르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며

저 강물 끝으로 고개 드는 그대의

두 눈 가득 살아 글썽이는

그 무슨 슬픔 그 무슨 아름다움을 위해서면

그대의 묵묵한 배경이 되어도 좋다

그대의 등 뒤로 돌아가 가만히 서서

나 또한 강끝 저 멀리로 눈 드는

멀쑥한 뼈의 미루나무나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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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처럼 펄럭이던

저 미루나무를

맑은 마음으로 바라볼 시간이 온다

그때는 그저 보기만 해도 싱그러웠다

쓸 데 없는 나무라고

희망 자르듯 베어 버린

우리들의 무리를

후회할 날이 올 거다

마음의 가로수로

미루나무를 마음껏 심고 싶은

봄날의 하오

저 나무의 키처럼

희망 한 그루도 키우고 싶은


 

詩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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