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옛날

行雲300 2006. 2. 25. 23:14
옛날


맑은 날이면 지금도 대마도가 보이는지요
보수동 산 동네 가파른 계단 길 오르다 더운 땀 식히며 바라보면 멀리 수평선에 가물거리던 섬

어느 비 내리던 날 그 섬으로 간다는 배들 정박해 있던 부두에 갔다가 길 잃고 울던 제 손을 잡고 집까지 데려다 준 자갈치 아줌마는 건강하게 잘 계시는지요
저는 요즘도 비 내리면 가끔씩 길을 잃습니다만 그때마다 자갈치 아줌마 손에서 나던 그 비린내가 그립습니다

부둣가에는 *소필도 많았지요
길바닥에서 하루종일 소필로 꿈을 그리며 놀던 아이들은 지금 어느 낯선 거리를 서성이고 있을까요

꽃잎은 저렇게 바람에 흩날리는데
옛날은 다 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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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필: 석필(石筆). 활석 덩어리를 깨뜨린 것인데, 어릴 때 이것으로 길바닥에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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