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텃밭

行雲300 2006. 2. 25. 23:15

텃밭


용마산은 오늘도 가슴 열어서
고운 주검 하나 새로 묻었다
붉게 파헤쳐진 흙 가슴속
먼 별의 씨앗 하나 눈을 감았다

산중턱 쓰러질 듯한 오두막집 앞
낙엽처럼 남루한 늙은이 혼자
기우는 봄볕을 등에 업고서
지나간 세월을 호미질 한다

주검에 기댄 낡은 산자락에
한 뙈기 텃밭으로 남은 여생
가을날 수북해질 푸성귀들이
싱그러운 흙내음에 졸음 겨웠다

산등성이 어디선가 소쩍새 울고
저무는 봄날이 옛날 같았다

*용마산: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산. 망우리 공동묘지가 있음.

2002. 8. 20 行雲

'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선 - 곰소항에서  (0) 2006.02.25
  (0) 2006.02.25
헌 신  (0) 2006.02.25
옛날  (0) 2006.02.25
나 늙으면  (0) 200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