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용마산은 오늘도 가슴 열어서
고운 주검 하나 새로 묻었다
붉게 파헤쳐진 흙 가슴속
먼 별의
씨앗 하나 눈을 감았다
산중턱 쓰러질 듯한 오두막집 앞
낙엽처럼 남루한 늙은이 혼자
기우는 봄볕을 등에 업고서
지나간 세월을 호미질 한다
주검에 기댄 낡은 산자락에
한 뙈기 텃밭으로 남은 여생
가을날 수북해질 푸성귀들이
싱그러운 흙내음에 졸음 겨웠다
산등성이 어디선가 소쩍새 울고
저무는 봄날이 옛날 같았다
*용마산: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산. 망우리 공동묘지가 있음.
2002. 8. 20 行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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