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行雲300 2006. 2. 25. 23:16



산은 늘 거기 서 있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젖은 채로 찾아가면
산도 젖은 채로 맞아주었다
내가 멀리 떠났을 때도
산은 늘 거기 있었고
내가 산을 잊었을 때도
산은 나를 잊지 않았다
억만 년의 무게로
기다림을 쌓고 쌓아
우뚝해진 저 산봉우리
외롭고 쓸쓸한 날들을
절벽처럼 견디어서
세월보다도 깊어진 계곡

나는 얼마나 더 쓸쓸해야
지쳐 돌아오는 사람 하나
품어줄 수 있을까


2003. 3. 25 行雲

'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산악회  (0) 2006.02.25
폐선 - 곰소항에서  (0) 2006.02.25
텃밭  (0) 2006.02.25
헌 신  (0) 2006.02.25
옛날  (0) 200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