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레
-안도현
이 술잔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입술을 갖다 대고 술을 마실 수 없었겠지
그래, 입술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할 수도 없었을 테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 술 마실 일도 없겠고,
술잔 속에 보름달이 뜨지도 않겠지
저 보름달에 둘레가 없었다면……
아무도 찐빵을 만들어 먹겠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래, 찐빵에 둘레가 없었다면……
그 뜨거운 찜통 속에서 부풀어 오르다가
멈추어야 할 때를 잊어버렸을 걸
그렇다면……
보름달이란 무엇인가
찐빵이 하늘로 솟아올라 둘레를 갖게 된 것인가
-현대문학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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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라는 것
포용이다
가족, 동료, 동창 같은
그 안에서는 일체가 되는
동질의 숨결 같은
아름다운 둘레는
아무리 많아도 누가 되지 않는다
시하늘이라는 둘레 안에서
우리는
우리답게 서로 사랑하지 않는가
詩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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