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안도현] 둘레

行雲300 2009. 7. 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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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

-안도현


이 술잔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입술을 갖다 대고 술을 마실 수 없었겠지

그래, 입술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할 수도 없었을 테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 술 마실 일도 없겠고,

술잔 속에 보름달이 뜨지도 않겠지


저 보름달에 둘레가 없었다면……

아무도 찐빵을 만들어 먹겠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래, 찐빵에 둘레가 없었다면……

그 뜨거운 찜통 속에서 부풀어 오르다가

멈추어야 할 때를 잊어버렸을 걸


그렇다면……

보름달이란 무엇인가

찐빵이 하늘로 솟아올라 둘레를 갖게 된 것인가



-현대문학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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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라는 것

포용이다

가족, 동료, 동창 같은

그 안에서는 일체가 되는

동질의 숨결 같은

아름다운 둘레는

아무리 많아도 누가 되지 않는다

시하늘이라는 둘레 안에서

우리는 

우리답게 서로 사랑하지 않는가


詩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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