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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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는
우산 없이 비바람을 맞아야 하는 노숙
희망도 꿈도 잃어버린 이들에겐
노숙도 간절한 우산 아니겠는가?
시에서 자신을 가리키는 말 '너'나 '몸'은 바로 나이고,
우리 사회의 우산 없는 사람들이다.
또다시 '진땀과 악몽의 길'을 맞이해야겠는가?
세상의 화평을 이야기 하면서
가진 자들의 편의를 생각하면
우리 곁에서 노숙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우리
나를 누이고 내려다보자
‘어떤가 몸이여’하고
조용히 물어보자.
詩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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