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방바닥을 닦다가

行雲300 2006. 2. 25. 22:44
방바닥을 닦다가


빗자루로 구석구석 쓸고 나서
엎드려 다시 걸레질을 한다
무릎은 발갛게 까져 버렸고
허리도 끊어질 듯 아프다
끝없는 참회의 기도처럼
닦아도 닦아도
또 나오는 먼지와 머리카락
하루를 살면서 남긴 것들이
덧없고 쓸쓸한 것뿐이구나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먼지와 머리카락 버리고 나니
아기 살결처럼 마알개진 방바닥으로
가만히 미소짓는 얼굴이 보인다
내가 묻혀온 먼지와 머리카락 때문에
온 집안을 허리가 고장나도록
매일 기어다녔을 아내의 얼굴이


2002. 8.1 行雲

'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자리  (0) 2006.02.25
귀걸이  (0) 2006.02.25
땅끝에서  (0) 2006.02.25
동백  (0) 2006.02.25
망우리  (0) 200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