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이발소
자유시장 한 쪽 구석에 자리잡은 희망 이발소는 세 평 남짓한 공간에 낡은 좌석이 네 개 있는 영세 이발소다. 면도와 머리 감기기까지 혼자 해 내는 오십대 중반의 주인 김씨는 언제나 단정한 모습에 넥타이까지 매고 손님을 맞는다. 김씨는 지난 해 큰 수해를 당한 낙원 마을의 세 평 반짜리 집에 부인과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전세 700에 세 들어 산다. 희망 이발소는 오늘 초저녁부터 불이 꺼져 있었다.
몇 달 전부터 김씨는 낙원 마을 재개발 문제로 일손이 잘 안 잡히는 듯했다. 열다섯 평짜리 아파트에 두 가구가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마뜩찮고, 입주권을 팔아봤자 그 돈으로는 이사갈 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김씨가 갑자기 복권을 사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 '행복 신문'에 '로또 복권 당첨금 500억 원'이라는 기사가 실린 후부터다. 김씨가 술 마시는 날이 잦아진 것도 그 무렵부터다.
불꺼진 희망 이발소 앞 골목길로 대보름을 이틀 앞둔 달이 황달이 들어 비틀거리고 있었다.
2003.2.11(2003.9.19 수정) 行雲
자유시장 한 쪽 구석에 자리잡은 희망 이발소는 세 평 남짓한 공간에 낡은 좌석이 네 개 있는 영세 이발소다. 면도와 머리 감기기까지 혼자 해 내는 오십대 중반의 주인 김씨는 언제나 단정한 모습에 넥타이까지 매고 손님을 맞는다. 김씨는 지난 해 큰 수해를 당한 낙원 마을의 세 평 반짜리 집에 부인과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전세 700에 세 들어 산다. 희망 이발소는 오늘 초저녁부터 불이 꺼져 있었다.
몇 달 전부터 김씨는 낙원 마을 재개발 문제로 일손이 잘 안 잡히는 듯했다. 열다섯 평짜리 아파트에 두 가구가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마뜩찮고, 입주권을 팔아봤자 그 돈으로는 이사갈 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김씨가 갑자기 복권을 사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 '행복 신문'에 '로또 복권 당첨금 500억 원'이라는 기사가 실린 후부터다. 김씨가 술 마시는 날이 잦아진 것도 그 무렵부터다.
불꺼진 희망 이발소 앞 골목길로 대보름을 이틀 앞둔 달이 황달이 들어 비틀거리고 있었다.
2003.2.11(2003.9.19 수정) 行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