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칼집

行雲300 2006. 2. 25. 21:57
칼집


처음 한동안은 왜 그리 낯선지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였다.
결혼 십 년만에 가진 22평 아파트가
과분한 것이나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한 달쯤 지나 차차 익숙해질 무렵
집 값이 무려 2천만원이나 올랐다.
마침 이사철이라 집값은 계속 올랐고
우리는 부자가 된 것처럼 기분 좋았다.

그때부터 부동산 싸이트도 뒤져보며
집 값이 다락같이 오르기를 바랐다.
집 없는 사람의 고통을 잠깐 생각했지만
우리는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었다.

긴급 반상회가 소집되었다.
집을 2억 밑으로는 내놓지 않기로 결의했다.
담합이니 불법이니 하는 말은 나오지도 않았고
모두들 하나같이 시퍼런 날이 서 있었다.

'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조목  (0) 2006.02.25
희망 이발소  (0) 2006.02.25
  (0) 2006.02.25
바퀴벌레의사랑  (0) 2006.02.25
티슈  (0) 200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