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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와 지록위마(指鹿爲馬)

行雲300 2021. 5. 15. 16:55




어처구니와 지록위마(指鹿爲馬)/ 강승남


진(秦)나라 2세 황제 호해(胡亥) 때 권력은 환관인 조고(趙高)가 쥐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권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사슴 한 마리를 황제에게 바치면서 사슴을 말이라고 했다. 호해가 사슴 아니냐며 신하들에게 물었지만, 조고가 무서웠던 신하들은 모두 말이라고 했다. 권력이 무서워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도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이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다.

그런데 이 비슷한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요즘 인터넷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어처구니와 어이 이야기다.

어처구니나 어이는 사전적으로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이 어처구니나 어이가 맷돌의 손잡이라느니, 궁궐의 잡상이라느니 하는 얼토당토않은 가짜 정보가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이들 주장은 하나같이 어떤 문헌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데도 사람들은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생겼다는 양, 어처구니를 아십니까, 맷돌 손잡이가 없어 어이가 없네 어쩌구 하며 이를 퍼 나르기에 바빴다.

심지어 영화 '베테랑'에서는 '맷돌의 손잡이를 어이라 해요,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를 무려 1,300만 명에게 전파하고 따라하게 해서 불에다가 기름을 부어 버렸다. 영화 뿐 아니라 인터넷 가짜 정보를 그대로 받아 적은 수종의 창작 동화, 초등학생용 학습 백과, 신문 방송 기사들이 뒤질세라 어처구니, 어이는 맷돌 손잡이라고 또는 궁궐의 잡상이라며 꼭두각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맷돌의 손잡이는 '맷손'이며, 궁궐의 잡상은 그냥 '잡상'이다. 이는 [표준국어대사전],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나 , 각종 건축용어사전 등에 정식으로 등재되어 있는 말이고, 모르는 사람만 모를 뿐이지, 실제로도 쓰고 있는 말이다. '어처구니'나 '어이'가 맷돌 손잡이라느니, 궁궐의 잡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립국어원이나 문화재청에서도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맷돌 손잡이나 궁궐의 잡상을 어떠한 근거도 없이 어이나 어처구니라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맷돌 손잡이라는 집에 '맷손'이라는 어엿한 주인의 문패가 달려있는 데도 이를 어처구니의 집이라고 생떼를 쓰는 것과 같다.

신라 때 탈해(脫解) 왕은 왕이 되기 전 호공(瓠公)의 집이 탐나 몰래 집 옆에 숯과 숫돌을 묻어두고 그 집이 대장장이였던 자기 조상의 것이라고 우겨서 호공의 집을 빼앗았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진다. 말하자면 증거를 조작해서 사기로 편취한 것인데, 지금 맷돌 손잡이를 어이나 어처구니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기사들은 그러한 조작된 증거조차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냥 생으로 어이나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니 궁궐의 잡상이라고 우기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거기에 넘어가고 있다. 어떤 이는 어이나 어처구니를 맷돌의 손잡이라거나 궁궐의 잡상이라는 인터넷의 주장을 여러 어원설 중의 하나라거나 속설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속설 수준에도 들지 못하는 저급한 가짜 정보일 뿐이다.

간혹 어처구니를 궁궐의 잡상이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기사 중에는 문헌적 근거랍시고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야담] 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어우야담] 을 확인해 보면, 유조생이라는 재상에 관한 이야기에서 당시 신참례(新參禮) 때 궁궐 지붕의 '십신(十神)'을 외우게 했다고 하여, 잡상을 '십신'이라고 하였을 뿐, 그 어디에도 어처구니라는 단어는 나오지도 않는다. 하긴 한문으로 쓰여진 [어우야담] 에 '어처구니'라는 순 우리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도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이 어쩌다 '유몽인의 [어우야담] 에 따르면 궁궐 지붕에 어처구니는------'처럼 왜곡된 것인지,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나라 때 사람들은 조고(趙高)의 권력이 무서워 사슴을 말이라고 했다지만, 그렇다고 사슴이 말이 된 것도 아니고, 그런 억지를 부리던 조고 역시 다음 황제인 자영(子嬰)에게 주살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조고도 없는데 왜 사람들은 맷돌 손잡이나 궁궐의 잡상을 어이나 어처구니라고 하는 엉터리 주장을 꼭두각시처럼 따라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가짜가 사람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점에 끌린, 일종의 지적인 과시욕이나, 또 이를 이용하여 시청률이나 관객 수, 판매 부수를 올리려는 이익의 유혹, 가짜라도 일단 팔고 보자는 상업주의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비록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더라도, 시청률이 오르고 관객이 늘 것 같더라도 그 전에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각종 정통 국어 사전, 국립국어원 등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이겠지만, 이들 가짜 정보의 공급원들은 그러한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지만, 오늘날 상업주의나 알량한 지적 과시욕에 의한 가짜의 득세, 그 농가성진(弄假成眞)의 횡포는 조고의 권력보다도 더 심한 것 같다. 이는 단지 어이나 어처구니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병리 현상의 한 예이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숱한 가짜 정보, 기사, 권력 등이 판을 치고 그러한 가짜에 쉽게 넘어가는 오늘 한국의 포퓰리즘의 문제라 생각된다.

어이나 어처구니의 문제에 대해서는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 왔고, 최근에는 어이나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도 궁궐 잡상도 아니라는 글들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작은 목소리도 소중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출판사나 신문 방송, 교육 기관, 몇몇 박물관 등에 대해서 국립국어원이나 문화재청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안내나 시정 요구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아이들이 엉터리 정보에 오염되는 것이 심각하게 우려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검증되지 않은 약품이나 건강에 해로운 식료품을 팔아서 엄청난 이익을 올린다면 식약청이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각한 지적 오염을 일으키는 가짜 정보 역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하늘이 빙빙 돈다고 억지를 부려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진실은 바뀔 수 없는 것이다.

최근 YTN에서 국립국어원의 확인을 거쳐 어이나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와 무관함을 안내한 영상 자료가 있어 이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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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TN | 네이버 뉴스
http://naver.me/GulB70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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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 씨의 이 장면을 보면 바로 떠오를 텐데요. "어이가 없네~" 바로 이거죠.

여기서 '어이'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데요.

비슷한 말인 '어처구니'와 같이 '-없다'와 만나서 '터무니없을 만큼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영화 때문인지 '어이'를 맷돌 손잡이로 아는 분도 많으신데요.

'어이'와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라는 설이 있기도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그런 뜻이 없고요.

저희 제작진이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맷돌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타당한 근거가 없다' 라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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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참고 자료들
1. 각종 사전의 설명

http://naver.me/5IFejbbm

'맷손': 네이버 국어사전
-매통이나 맷돌을 돌리는 손잡이.
-맷손을 돌리다

http://naver.me/GsTA5Ev5




'잡상': 네이버 국어사전
궁전이나 전각의 지붕 위 네 귀에 여러 가지 신상을 새겨 얹는 장식 기와.
naver.me


1.건설 궁전이나 전각의 지붕 위 네 귀에 여러 가지 신상(神像)을 새겨 얹는 장식 기와.



http://naver.me/5EQp2tUY




맷돌
곡물을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용구. [내용] 위·아래 두짝으로 구성되며, 아래짝 가운데에는 중쇠(숫쇠라고도 한다.)를, 위짝에는 암쇠를 박아 끼워서 서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ㄱ’자 모양의 맨손(손잡이)은 위짝 구멍에 박으며 칡이나 대나무로 테를 메워 고정시키기도 한다. 위짝에는 곡식을 집어넣는 구멍이 있으며, 아래짝 위에는 곡물이 잘 갈리도록 하기 위하여 판 홈이나 구멍이 있다. 오랫동안 써서 이 홈이 메워지면 매죄료장수를 불러 쪼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무암으로 만든 고석매는 구멍이 충분히 뚫려 있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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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두짝으로 구성되며, 아래짝 가운데에는 중쇠(숫쇠라고도 한다.)를, 위짝에는 암쇠를 박아 끼워서 서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ㄱ’자 모양의 맨손(손잡이)은 위짝 구멍에 박으며 칡이나 대나무로 테를 메워 고정시키기도 한다.



http://naver.me/5tjc6Tmw




맷돌
곡식을 압착하고 비비면서 껍질을 까거나 빻는데 사용하는 연장이다. 바닥이 평평한 두 짝의 둥근 돌 사이에 곡식을 넣고 한 짝을 돌리면서 곡식을 갈거나 탄다. 맷돌은 돌로 아래짝 위짝을 같은 크기로 만들고, 아래짝에는 한가운데에 수쇠, 위짝에는 암쇠를 끼워 매를 돌릴 때 벗어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위짝에는 매를 돌리는 맷손을 박는 홈과 곡식을 넣는 구멍을 낸다. 또 아래짝과 위짝이 접하는 면을 오톨도톨하게 쪼아 곡식이 잘 갈리게 하고, 갈린 곡식이 잘 빠지도록 아래짝은 약간 볼록하게, 위짝은 오목하게 만들고 듬성듬성 골을 낸다. .



http://naver.me/FpX4JPl1



맷돌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과학의 달 에디터톤 이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됩니다. 맷돌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영화에 대해서는 맷돌 (영화)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맷돌 맷돌 ( 문화어 : 망돌, 영어 : millstones, mill stones )은 곡식 을 가는 데 쓰는 기구이다. 둥글넓적한 돌 두 개를 포개고, 위에 뚫린 구멍으로 갈 곡식 을 넣으며 손잡이를 돌려서 갈게 된다. 맷돌을 돌리는 맷손은 대개 나무 로 만들며 윗돌 옆에 수직으로 달아 손잡이를 돌려서 곡식을 간다. 맷돌의 손잡이를 맷손이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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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넓적한 돌 두 개를 포개고, 위에 뚫린 구멍으로 갈 곡식을 넣으며 손잡이를 돌려서 갈게 된다. 맷돌을 돌리는 맷손은 대개 나무로 만들며 윗돌 옆에 수직으로 달아 손잡이를 돌려서 곡식을 간다. 맷돌의 손잡이를 맷손이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맷돌을 쓰려는데 손잡이가 없는 상황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1] 하지만 이 설은 문헌적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이고 어처구니의 어원도 불분명하지만 어처구니없다의 어원은 더더욱 불분명한 상황이다. 물론 어처구니나 어이가 맷돌의 손잡이(맷손)인 것도 아니다.



http://naver.me/5oQugmKE




잡상
1622년경에 지어진 《어우야담(於于野譚)》에는 잡상을 십신(十神)이라고 하여 이름이 순서별로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1920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와도(像瓦圖)〉에도 잡상 그림과 명칭이 나온다. 종류는 같으나 순서만 다르다. 조선시대 건축준공보고서인 《창덕궁수리도감의궤》(1647)에서는 잡상 명칭으로 손행자(孫行者), 손행자매(孫行者妹), 준견(蹲犬), 준구(蹲狗), 마룡(瑪龍), 산화승(山化僧), 악구(惡口) 등 《어우야담》이나 〈상와도〉와는 다른 이름들이 보인다. 잡상에서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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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년경에 지어진 《어우야담(於于野譚)》에는 잡상을 십신(十神)이라고 하여 이름이 순서별로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1920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와도(像瓦圖)〉에도 잡상 그림과 명칭이 나온다. 종류는 같으나 순서만 다르다. 조선시대 건축준공보고서인 《창덕궁수리도감의궤》(1647)에서는 잡상 명칭으로 손행자(孫行者), 손행자매(孫行者妹), 준견(蹲犬), 준구(蹲狗), 마룡(瑪龍), 산화승(山化僧), 악구(惡口) 등 《어우야담》이나 〈상와도〉와는 다른 이름들이 보인다.



국립국어원의 어처구니 어원 답변: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 국립국어원
http://me2.do/xtFd1ENQ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 국립국어원

http://naver.me/5Y1GRt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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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조상순 학예연구사 논문입니다.
webviewer.nl.go.kr/pdfviewer_mobile/pdfviewer.jsp?contents_id=CNTS-00059946064


ㅡ최소한 어처구니는 잡상이 아니다라는 건 알아야 한다.(본 논문 마지막 문장)

, 각종 고어사전

-에는 궁궐의 잡상이 10신으로 나와 있다.
-남광우,
-박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