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대중 매체의 영향은 매우 크다. 그래서 대중 매체에는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 매체는 이러한 책임보다는 시청률, 판매 부수와 같은, 자기네들이 얻을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지식의 왜곡과 혼란을 주더라도 일단 시청자, 관객, 독자들을 솔깃하게 해서 시청률을 올리고 관객을 늘리고 판매 부수만 올리면 된다는 배짱이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와같은 대중 매체의 상업주의, 한탕주의로 적지 않은 지적 혼란을 겪고 있는데, 그중 특히 국어의 오용에 관한 것만 모아본다.
1-1. 어처구니(어이)는 맷돌 손잡이가 아니다
'맷돌 손잡이 알아요?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해요 '어이'
맷돌에 뭘 갈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 그래요.
황당하잖아 아무것도 아무일도 아닌 손잡이 때문에
해야하는 일을 못 하니까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은 명대사(?)로 꼽히는 이 대사를 무려 1,300만 명이 앵무새처럼 따라하게 했다. 그리고 이 대사는 TV 예능 프로, 코미디 프로에서 패러디로 반복 재생산되며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각종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 어원사전, 고어사전, 방언사전, 고문헌 자료 어디를 봐도 맷돌 손잡이가 어이라는 그런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자 감독은 사실은 맷돌 손잡이는 어이가 아니고 어처구니인데, 재벌2세가 어이라고 하면 어이가 되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러한 해명 아닌 해명을 영화전문 기자도, 또 다른 영화 감독도 감독이 재벌2세를 풍자하기 위해 설정한 장면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러나 어처구니 역시 맷돌의 손잡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이에 대한 어떤 문헌적 근거도 없다. 어이나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립국어원에서도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 맷돌의 손잡이는 정작 무엇이라고 할까? 각종 정통 국어사전이나 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맷돌의 손잡이는 '맷손'이다. (주1) 맷손은 고어도 아니고 사어도 아니며 모르는 사람들이 모를 뿐이지 현재도 쓰고 있는 말이다. 그러니 어이나 어처구니는 애당초 맷돌 손잡이가 되고 싶어도 절대로 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비유하면 '맷손'이라는 문패가 걸린 ' 맷돌 손잡이'라는 집을 '어처구니' 집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그렇게 우기려면 신라의 탈해 왕처럼 미리 숯과 숫돌이라도 묻어놓고 사기를 치든지 해야지(주2), 어처구니의 경우는 그러한 가짜 근거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 혹자는 이에 대해 속설이니 어원설 중의 하나이니 말하지만, 이는 속설 수준에도 못 드는 저급한 가짜 정보일 뿐이다.
1-2. 어처구니는 궁궐의 잡상이 아니다
한편 ‘어처구니’의 어원을 ‘궁궐의 잡상’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어원 풀이도 널리 떠도는데, 이 역시 어떤 문헌적 근거도 없는 가짜 정보다. '어처구니'의 어원을 '궁궐의 잡상'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립국어원이나 문화재청에서도 부인하고 있다. 궁궐의 잡상은 각종 국어 사전, 민족문화대백과사전, 건축 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그냥 '잡상'이라 부른다.(주3)
그리고 '어처구니'가 '궁궐의 잡상'이라는 기사 중에는 그 문헌적 근거로 유몽인의 '어우야담'을 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을 실제로 확인해 보니 궁궐의 잡상을 10신이라고만 하였고, '어처구니'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주4) 이 곳뿐만 아니라 '어우야담' 전체를 목욕재계를 하고 보아도 '어처구니'의 '어'자도 보이지 않는다. (하긴 한문으로 쓰여진 '어우야담'에 순 우리말인 '어처구니'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따르면, 어처구니는 궁궐이나 도성 성문에 3개에서...'처럼 둔갑된 건지,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1-3. 가짜 어처구니는 어떻게 인터넷을 도배하게 되었나
이러한 가짜 정보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초반 무렵쯤으로 생각된다. 누군가 무지나 착각, 혹은 장난으로 맷돌 손잡이가 없어서 어이(어처구니)가 없네, 궁궐 지붕에 잡상이 없어서 어처구니가 없네 하며 인터넷에 올린 글이 네티즌들을 솔깃하게 해서 어처구니를 아십니까, 어처구니 이야기 어쩌고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인터넷 가짜 정보를 이번에는 만만한 어린이 대상 동화 책(어린이들은 그대로 믿어버리니까)이나 일부 학습 백과, 오픈 사전 등에서 받아 쓰면서, 확산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어린이용 학습 백과, 동화, 오픈 사전 중 그 어디에도 문헌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곳은 없다. 기껏 근거라는 게 인터넷에서 봤다거나, 인터넷을 받아적은 초등용 백과 사전에서 봤다는 식이다.)
맷손이나 궁궐의 잡상을 '어이'나 '어처구니라'고 하는 가짜 정보는 단순히 어원이나 단어의 유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단어 자체의 왜곡, 지식의 오용의 문제이며,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지적 오염과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이런 가짜 정보가 어쩌다 이렇게 널리 확산된 걸까? 그것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누구라도 솔깃하게 만드는 가짜의 매력 때문이다.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하고 모르는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해 놓고,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해요 하며 자신을 과시하며, 지금 내 기분이 어이가 없네 하며 써 먹는 그 알량한 지적 쾌감이라니, 그러면 듣는 사람은 안 써 먹고 싶겠는가? 그것이 영화 베테랑의 이 대사를 명대사(?)로 만들고 확산시킨 심리적 동인이라고 할 것이다. 궁궐의 잡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한 엉터리 '아는 척'의 연쇄고리 중간쯤에 영화 베테랑과 어린이 대상 학습 백과, 창작 동화, 신문 기사, 방송 프로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오용에 대해서 그들은 인터넷에서 봤는데, 초등용 백과 사전에서 봤는데, 하며 변명할지도 모르나, 말과 글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지식인들이 인터넷을 그대로 받아적었다는 게 어떻게 변명이 될 수 있겠는가? 우리말을 가장 정확하게 써야 할 작가, 감독, 기자들이 각종 정통 국어사전이나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런 사전은 그들이 좋아하는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고, 핸드폰만 있어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을 확인하거나 국립국어원에 확인도 하지 않고 가짜 정보로 책부터 만들어 팔고 영화, 방송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보내고, 신문 기사를 써도 된다는 것인지, 정말 우리 나라 대중 매체, 어이가 없다.
현대 사회를 가리켜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홍수에 마실 물 없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더욱 진리임을 느끼는 요즘이다.
2. 정치에 금도가 있다고?
요즘 신문 방송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의 하나가 '금도'라는 단어인 것 같다. 여당과 야당의 정치 싸움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서로 상대방이 '금도'를 넘어섰다고 비난하기 바쁘다. 정치인뿐 아니라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기자들까지 정치, 연예, 스포츠 기사에서 '금도를 넘어섰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대부분이 '금도'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금도'라는 표현이 사용된 기사의 예를 들어보자.
*20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최고위원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주 원내대표의 말에 대해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치도의와 금도를 넘어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ㅡㅡㅡ신동근 최고위원도 "주 원내대표가 역대급 막말을 했다"며 "어떤 헌법적 법률적 위반 사실도 없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사면 대상 운운하는 금도 넘는 발언에 경악스럽다"고 일갈했다.(중앙일보 2021.1.2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등과 관련,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며 "대한민국 공화정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 것을 두고 30일 더불어민주당은 "금도를 넘었다"며 즉각 사과를 촉구했다.(매일신문 2020.11.30.)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가 지난 25일 또다시 최종 후보자 선정에 실패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치의 마지막 금도까지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파이낸셜뉴스 2020.11.26.)
*부부 둘만 알던 성생활부터 이혼한 부부의 재회까지. 이제 부부 예능에 금도는 사라졌다.(연합뉴스 2020.11.28.)
*그런데 최근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선수와 감독 간의 신경전과 감정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프로배구 출범 후 세리머니를 놓고 이처럼 논란이 뜨거운 적이 없었다. 선수들의 감정 표현, 세리머니의 금도는 어디까지일까.(일간스포츠 2020.11.28.)
문맥으로 보아 이들 정치인들이나 기자들은 '금도'라는 단어를 '넘어서는 안 될 선', '지켜야 할 예의나 도리' 정도의 뜻으로 생각하고 쓴 것 같다. 아마 '금도'의 '금'을 '금할 금(禁)'으로 생각하고 대충 '금기' 비슷한 뜻으로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뜻의 '금도'라는 단어는 우리말에 있지도 않으며 사전에 나오지도 않는 말이다.
본래 '금도'라는 말은 '금도'를 가져야 한다', '금도가 있다', '금도가 부족하다'와 같이 쓸 수 있는 말로, 그 뜻은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度量)'이라는 뜻이며 '옷깃 금(襟)'자를 써서 '襟度' 라고 쓴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마음 옷깃의 넓이'가 '금도'다. '옷깃 금'을 쓰는 단어로는 '금도' 말고 '흉금(胸襟)을 터놓다'는 말의 '금'도 '옷깃 금'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나 기자들이 금도를 엉뚱한 뜻으로 오용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금도'를 올바르게 쓰고 있는 몇몇 희귀한 기사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요즘 정치인들은 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싸우는데, 언어가 천박하고 금도(襟度)와 아량은커녕 상대를 인정하는 여유도, 승복하는 일도 없어 시정잡배들의 이전투구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논리는 뒷전이고 말꼬리 잡기 싸움 일색이다. 그에 비하면 그릇 논쟁은 그래도 좀 영양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ㅡ브라보마이라이프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2020.9.23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여야의 지지율은 근 4년 만에 뒤집혔다. 민심 이반이 참혹한데 여권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한다. 진짜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위기 극복이 취미’였던 우리 국민도 이제 많이 지쳤다. 능력이 안 되면 포용하고 설득하는 금도(襟度)라도 있어야 하는데 편 가르고 매국노 타령만 하니 나라 꼴은 말이 아니다.
ㅡ이인재 전 파주시장: 중부일보 '중부단상' 2020.8.17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금도를 넘어섰다”거나 “금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금도는 넘지 말아야 할 기준 혹은 수준(禁度)을 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금도에서 금은 ‘금할 금(禁)’이 아니라 ‘옷깃 금(襟)’이다.“옷깃을 여민다”는 말이 있듯 옷깃은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어 앞에서 여밀 수 있도록 된 부분을 이른다.
ㅡ 중략 ㅡ
나아가 사실인 양 포장된 온갖 거짓말과 무책임한 말들은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서 사회 곳곳을 무자비하게 찌르는 ‘말의 비수’로 진화하고 있다.온라인상에서는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고,조회수를 늘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저급한 자본주의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그야말로 금도가 없는 세상이다. ㅡ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강원도민일보 2020.7.22
이처럼 '금도'는 '도량'의 뜻으로 쓰이던 단어였는데, 일부 정치인이나 기자들이 그 뜻을 '지켜야 할 어떤 도리나 예의'의 뜻일 것으로 오해한 데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신문 기사나 정당의 성명에서 '금도를 넘었다'느니 '금도를 지켜라'느니 하는 국적 불명, 어원 불상의 희한한 표현이 난무하게 된 것 같다. 언어 사용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신문 방송 기자나 정치인들이 그렇게 쓰기 시작하니 일반인들까지 덩달아 그런 뜻으로 알고 쓰게 되어 혼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단어의 뜻에 대한 무지와 정확한 의미를 사전을 통해 확인해 보려는 근면 성실성, 책임감의 부족이 이러한 사태를 빚은 것이겠지만(주5), 여야 간, 진영 간의 극한 대립의 상황이 또한 그러한 표현을 경쟁적으로 쓰도록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여야 간, 진영 간에 서로가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고 서로 논리와 예의를 갖추어 비판하는 것도 민주사회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인격을 비하하고 조롱하거나 막말, 욕설로 공격하는 일은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누워서 침뱉기'가 되고 말 것이다.
모름지기 여야 정치인들이나 논객들은 상대 정당이나 진영에 대해 비판할 때라도 넉넉한 금도를 가지고, 바르고 품격 있는 말과 글을 써 주기 바란다.
3. 대중 가요와 광고 등의 우리말 오용 사례
"코로나로 밖에 나가기도 어려워 가족들끼리 간식을 먹으며 TV를 본다. 큰 아이는 덥다고 ♡♡제과의 빙과 제품 '설레임'을 쪽쪽 빨아먹고, 작은아이는 ♧♧제과의 '꼬깔콘'을 우걱우걱 씹고 있다. TV에서는 모 여가수가 '민들레 홀씨 되어'를 열창하고 있다. 막내는 원더우먼 보여 달라며 '날으는 원더우먼'을 부르고 있다."
이 장면 하나에도 잘못 쓰인 우리말이 여럿 있다. 하나씩 들어 보자.
*설레임 ㅡㅡ'설렘' 이라고 써야 한다. 동사의 기본형도 '설레다'이다. 봄날 피어난 꽃을 보면 우리들 마음 설렌다.
*꼬깔콘 ㅡ'꼬깔'이 아니라 '고깔'이다. 국어 사전에는 고깔을 '중이나 무당, 풍물패 등이 머리에 쓰는, 끝이 뾰족하고 세모지게 만든 모자'라고 풀이하고 있다. 고깔, 고깔모자, 고깔제비꽃, 고깔해파리가 표준말이다. 조지훈의 '승무'에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이라고 하는 구절이 나온다. 꼬깔콘이라고 해야 더 맛있을지는 모르지만 규범 표기는 엄연히 고깔콘이다.
*(하늘을) 날으는 원더우먼 ㅡㅡ'(하늘을) 나는 원더우먼'이 맞다. 이렇게 말하면 주어인 'I am'과 혼동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동사 '날다'는 어간 '날 ㅡ' 뒤에 'ㄴ' 이 오면 규칙적으로 'ㄹ'이 탈락된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라고 써야 맞는 것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ㅡ민들레는 홀씨(포자)로 번식하는 민꽃식물이 아니라 씨로 번식하는 종자 식물이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것은 민들레의 씨다. 이것은 국어의 규범 표기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자연에 관해 잘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명백한 가짜 정보를 주입시키고 있어서 여기 오용의 예로 들어 보였다.
* 이 외에도 광고나 대중 가요에는 표기의 잘못이나 비표준어 사용의 예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확인되는 대로 이 자리에 계속 추가해 넣기로 한다.
광고나 대중 가요 작사가들도 우리말을 업으로 삼고 산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엄청난 파급력으로 볼 때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가져야 할 것이다. 대중 가요의 가사에는 어느 정도 시적 허용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김영랑의 시구처럼 '오매 단풍 들겄네' 같은 향토색 짙은 사투리의 사용은 그 나름의 시적 효과를 얻고 있으며, 조지훈의 '승무'의 그 유명한 첫 구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의 '나빌레라'는 규범 표기 '나비이어라' 보다 훨씬 시적 울림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특별히 시적 효과를 얻는 것도 아니면서 비표준어를 남발하거나 규범에 어긋난 표기를 마구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중 가요 작사나 광고 문안 작성자들이 의도치 않게 일부 잘못된 표현을 썼더라도 어린 자녀의 부모되는 이들이나 지식인들이라도 이를 확인하고 자녀들에게 바르게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4. 국어 사전 확인의 습관을
요즘은 인터넷에 웬만한 좋은 사전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특히 우리말을 업으로 삼거나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언어 사용에서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거나 미심쩍을 때는 꼭 사전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기를 권하고 싶다. 비전문가인 네티즌들이 꾸며 놓은 오픈 사전이나 지식in,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를 진위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적은 초등학생용 학습백과사전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요즘은 인터넷에도 각종 정통 사전들이 다 올려져 있고, 핸드폰만 있어도 바로 확인이 된다. 모름지기 작가나 기자들처럼 말과 글을 업으로 하는 이들뿐 아니라,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민족문화대백과사전, 표준국어대사전 등의 권위 있는 정통 사전을 통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진정한 문화인, 교양인의 습관을 갖추어 주기를 바란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틀리지 않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단어를 전혀 다른 엉뚱한 뜻으로 쓴다거나, 전혀 다른 뜻의 단어로 오용한다는 것은 특히 말과 글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ㅡㅡㅡㅡㅡ
(주1)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맷돌의 얼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맷돌은 돌로 아래짝 위짝을 같은 크기로 만들고, 아래짝에는 한가운데에 수쇠, 위짝에는 암쇠를 끼워 매를 돌릴 때 벗어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위짝에는 매를 돌리는 맷손을 박는 홈과 곡식을 넣는 구멍을 낸다."
여기는 맷돌의 손잡이를 '맷손'이라고 하고 있다. 이 ‘맷손’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맷손’이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다.
맷-손01[매쏜/맫쏜] 「명사」매통이나 맷돌을 돌리는 손잡이.
(주2)
삼국유사 탈해왕 조에는, 탈해왕이 왕이 되기 전에 호공의 집을 차지하기 위해 그 집 곁에 몰래 숫돌과 숯을 묻어놓고, 호공의 집을 대장장이였던 자기 조상의 집이라고 우겨서 집을 뺏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물론 속임수고 사기지만, 비록 가짜라도 탈해왕은 조작된 근거라도 내세우고 있는데, 어처구니의 경우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맷돌 손잡이를 어처구니라느니 어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억지에 속고 있는 것이다.
(주3)
*잡상 2 雜像 [잡쌍] 명사 건설 궁전이나 전각의 지붕 위 네 귀에 여러 가지 신상(神像)을 새겨 얹는 장식 기와.([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잡상 2 雜像 [잡쌍] 명사 건축 궁궐이나 누각 등의 지붕 위 네 귀에 덧얹는 여러 가지 짐승 모양으로 만든 기와 .([고려대 한국어사전]에서)
*잡상(雜像)
정의: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놓이는 와제(瓦製) 토우. ㅡ[민족문화 대백과사전]의 설명
(주4) [어우야담](유몽인 원저, 시귀선 이월영 역주, 한국문화사) 132쪽.
첨부 사진 자료 참조
(주5)
'금도'는 중국어나 일본어에서도 사용되는 한자어다. 그러니 우리만 사전과 다르게,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뜻으로 쓸 수도 없는 것이다. 네이버 사전에서 용례를 가져와 소개한다.
丈夫じょうふの襟度きんどを示しめす. → 금도
장부의 금도를 보이다
大国たいこくとしての襟度きんどを示しめす
대국으로서의 도량을 보이다
襟度豁如。 → 襟
jīn dù huò rú 。
도량이 넓다.
新的政治要承认对方并展现包容的襟度,还要从发挥节制和忍耐心上出发。
xīn de zhèngzhì yào chéngrèn duìfāng bìng zhănxiàn bāoróng de jīndù háiyào cóng fāhuī jiézhì hé rĕnnài xīnshàng chūfā
새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금도를 보이고, 절제와 인내심을 발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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