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행상을 하는 가난한 가정
10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난 그가
그 어려운 의과대학에 입학했을 땐
어머니는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그러나 의사가 된 그는
번듯한 의사 생활을 마다하고
다시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신부가 된 그가 찾아간 곳은
아프리카의 수단의 남부 톤즈
아프리카에서도 정말 낙후된 오지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된 그곳
병원조차 없는 그곳에서
그는 콜레라와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보살폈으며
나병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인술을 펼쳤다
또한 흙담과 짚으로 병원을 세우고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직접 음악의 기쁨을 알게 해 주었다
그렇게 톤즈의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나병환자들과 함께 울며
톤즈의 의사로, 신부로, 학교의 선생님으로 무엇보다도 그들의 좋은 친구로
잠시도 쉴 틈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던 그는
정작 자신의 몸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대장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4기
간에까지 전이된 후였다
2010년 1월 14일
그는 48세의 나이로 선종하였다
서울의 강남에는
한해 수 억, 수십 억을 벌며 수백억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어처구니없는 종교인들도 많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섬겼다
그리고 빈 손으로 우리 곁을 떠난 그는
수천억, 수조 원의 물질 이상의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
그의 뒤를 따라 많은 이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고 있으며
그가 길러낸 톤즈의 제자들 중에도
의사가 된 이들이 많다 한다
아아
이 시대의 진정한 성자
가난한 자의 이웃이며 좋은 친구였던
우리들의 신부님, 이태석 신부님
사랑하는 주님 곁에서 평안하소서
ㅡㅡㅡㅡㅡ
*사진은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부산의 경남고등학교에 세워진 그의 동상.
*'어처구니'는 사전에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으로 풀이되어 있고, '어처구니없다'는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어처구니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없을 때 너무 뜻밖인 일이 되어 기가 막히게 하는 어떤 긍정적 가치를 지닌 것, 따라서 우리의 삶과 마음에 꼭 갖추고 살아야 할 어떤 소중한 존재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어진 마음의 바탕, 착한 행실의 벼리, 사물과 사회가 갖추고 있어야 할 바른 도리, 올바른 얼의 척도(얼척)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을 우리 시대의 어처구니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편 어처구니를 맷돌의 손잡이라느니, 궁궐의 잡상이라느니 하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어원풀이가 인터넷과 신문 방송, 동화, 영화 등에서 퍼지고 있는데, 이는 아무런 근거 없는 가짜 정보이며, 국립국어원, 문화재청에서도 부인하고 있다. 맷돌의 손잡이는 '맷손'이고 궁궐의 잡상은 '잡상'이다.
이래저래 어처구니를 잃어가고 있는 이 세상, 가짜 어처구니들이 설치는 이 시대에서 우리 모두 진정한 이 시대의 어처구니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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