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모음

변절기

行雲300 2020. 11. 23. 21:15
변절기/ 강승남


나무는 이제
완연한 가을 빛이다

여름 내내 뜨겁게 지켜 온
푸른 서슬 잃어버리고
*하룻밤 서릿김에
온통 노오랗게 물이 들었다

세상에,
변절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
가을 빛 물든 거리가 차라리 눈이 부신데

이 아름다운 계절엔
나도 그만
나를 배반해도 되겠다

푸르던 날의 그리움 내려놓고
소슬한 가을 바람에
노오란 은행나무로 서 있어도 좋겠다

============
*하룻밤 서릿김: 정철의 '사미인곡'에서

'신작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처구니 나라  (0) 2021.05.01
외국인 노동자 어처구니 씨  (0) 2021.04.29
괜찮다  (0) 2020.08.10
짝퉁론- 솥 이야기  (0) 2020.04.11
말구유의 노래  (0) 201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