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모음

짝퉁론- 솥 이야기

行雲300 2020. 4. 11. 22:18

 

짝퉁론- 솥 이야기

 

 

옛날 옛날 어떤 산골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마을에

 

밥이라도 제대로 지어먹고 살자고

누군가 솥을 열심히 만들어 놓자

누군가는 묵묵히 밥을 지었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밥 공짜로 잘 먹고 가고

 

그 뒤에 온 누군가는

남은 누룽지라도 긁어먹겠다고

솥을 억지로 박박 긁어대다

그만 솥을 깨뜨려서 쫓겨났는데

 

다음 사람이 다시 밥 지으려니

깨진 솥부터 먼저 때워야 했는데

당장 밥부터 빨리 지어내라고

솥 깨뜨린 자들이 더 난리를 치더라는데

 

그 해 봄엔 마을에 역병까지 돌아

소쩍새 울음도 유난히 서러웠다는데

 

ㅡㅡㅡㅡ

2020.4.11. 봄밤에 行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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