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론- 솥 이야기
옛날 옛날 어떤 산골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마을에
밥이라도 제대로 지어먹고 살자고
누군가 솥을 열심히 만들어 놓자
누군가는 묵묵히 밥을 지었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밥 공짜로 잘 먹고 가고
그 뒤에 온 누군가는
남은 누룽지라도 긁어먹겠다고
솥을 억지로 박박 긁어대다
그만 솥을 깨뜨려서 쫓겨났는데
다음 사람이 다시 밥 지으려니
깨진 솥부터 먼저 때워야 했는데
당장 밥부터 빨리 지어내라고
솥 깨뜨린 자들이 더 난리를 치더라는데
그 해 봄엔 마을에 역병까지 돌아
소쩍새 울음도 유난히 서러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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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11. 봄밤에 行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