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모음

말구유의 노래

行雲300 2019. 12. 24. 20:31

말구유의 노래/ 강승남

 

그 어리신 예수 눌 자리 없어

그 귀하신 몸이 구유에 있네

 

그 옛날 유년 시절

성탄절이면 자주 부르던 찬송

구유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뜻도 모르면서 열심히 불렀었지만

 

수십 년 세월 지나

오늘 교회 유년부 아이들 부르는

성탄 축하 찬양 들으며

이제야 성탄의 깊은 뜻 새기네

 

변두리 여관집 텅 빈 외양간

낡고 초라한 말 구유

몇 마리 기르던 말들마저 이젠 없어져

아무 쓸모도 없이 잊혀져 가던 말구유

 

어느 추운 겨울날

만삭의 몸으로 머물 곳 없어

누추한 외양간에 찾아온 가난한 부부

그예 어여쁜 아기 낳아 구유에 뉘었네

 

튼튼한 말들 먹이고 싶었던 그 구유는

그 아기 누이고 얼마나 낯설었을까

그 아기 세상의 구주로 오신 예수님인 줄

그는 알기나 했을까 꿈에라도 알았을까

 

아기 예수 그렇게 오셨네

가장 낮은 곳 잊혀져 버린 그 가난한 마음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찾아오셨네

말구유 같은 마음에 지금도 그렇게 오시네

 

오랜 세월 세상의 부귀영화 찾아다녔으나

예수님은 말구유에 찾아오시네

지나온 삶 돌아보면 말구유처럼 쓸쓸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나를 찾아오시네

 

나 이제 주님 위한 말구유 되려네

가장 낮은 마음 정결한 구유되어

오늘 내게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 안고서

오랫동안 불러오던 이 찬송 불러 드리려네

 

그 어리신 예수 눌 자리 없어

그 귀하신 몸이 구유에 있네

저 하늘 별들도 반짝이는데

그 어리신 예수 꼴 위에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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