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르신
-황남철 장로님께
가난하던 어린 날
교회 왔다 신발 잃고 울던 친구 있었네
그때 주일학교 부장 선생님이던 그분
맨발의 그 어린 친구 들쳐업고
국제시장까지 가서 신발 사 신겨 보내셨지
수십 년 지나 어엿한 중견화가로 자란 그 아이
어린 날 업어주신 그분의 따스한 등 잊을 수 없어
수소문 끝에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 전했으나
그분 쑥스러운 듯 웃으시며
난 기억도 안 나 하셨네
그 아이뿐 아니라
그분의 사랑과 도우심 잊지 못하는 많은 친구들 있지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그분 신겨 주신
사랑의 신발, 믿음의 신발
한 켤레씩들 신고 이곳까지 살아왔네
때로 그 신발 또 잃어버리고
광야같은 세상 맨발로 헤매고 다닐 때
우리의 상한 발, 더러워진 발 앞에 엎드리셔서
눈물로 씻겨 주시고 업어 주시며
가장 좋은 신발 신겨 주시는 분 또 한 분 계시네
그분 또한 말씀하시네
난 기억도 안 나
우리들 더러운 발, 그분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그 모든 부끄러운 일들을
기억도 안 난다 하시며
그저 우리가 마냥 사랑스럽다 하시네
주와 선생이 되셔서
우리 업어 주시고 더러운 발 씻겨 주신 사랑
이제 나이 들어서 가슴에 사무치는데
그분들은 기억 아니 하시네
기억도 안 난다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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