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시집 : 구상-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문학사상사, 2002년)
-------------------------------------------------
오늘이 무슨 날인가?
지극히 겸손한 이가 오시는 날 아닌가?
시작이다
오늘이 시작이다
늘 시작처럼만 산다면
욕심 따윈 버려도 좋으리
사랑하라고
나누어라고
함께하라고
속삭이지 않은가?
오늘밤엔 귀를 열어 두어야 하리
마음의 귀를 더 크게
열어 두어야 하리
詩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