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구상] 오늘

行雲300 2009. 7. 26. 00:17

 

  

                     

오늘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시집 : 구상-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문학사상사, 2002년)

-------------------------------------------------


오늘이 무슨 날인가?

지극히 겸손한 이가 오시는 날 아닌가?


시작이다

오늘이 시작이다

늘 시작처럼만 산다면

욕심 따윈 버려도 좋으리


사랑하라고

나누어라고

함께하라고

속삭이지 않은가?


오늘밤엔 귀를 열어 두어야 하리

마음의 귀를 더 크게

열어 두어야 하리



      詩하늘 드림

 

'시하늘 시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규] 물길  (0) 2009.07.26
[나태주] 시  (0) 2009.07.26
[정희성] 산  (0) 2009.07.26
[김상현] 눈길을 내며  (0) 2009.07.25
[곽재구] 기다림  (0) 2009.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