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뽑기 / 하청호
풀을 뽑는다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흙 또한
뿌리를 움켜쥐고 있다.
뽑히지 않으려고 푸들거리는 풀
호미 날이 칼 빛으로 빛난다.
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
몰래
구덩이에 던져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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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맞은 편 산기슭에 있는
과수원에 갔었습니다.
석류나무는 붉은 꽃을
감나무, 자두나무는 작고 푸른 열매를
움켜지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
씨 뿌리지 않아도 자라고 있는 참비름,
나물 무쳐 먹으려고 뜯는데
어린 것일수록 뿌리 채 뽑혔습니다.
씨앗 하나 매달지 못했는데
흙도 제대로 움켜지지 못한 채
햇볕에 드러난 뿌리가
문득, 마음에 걸립니다.
詩하늘 드림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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