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하청호] 잡초 뽑기

行雲300 2008. 7. 14. 21:58

 

  잡초 뽑기 / 하청호   



     풀을 뽑는다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흙 또한

     뿌리를 움켜쥐고 있다.

     뽑히지 않으려고 푸들거리는 풀

     호미 날이 칼 빛으로 빛난다.

     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

     몰래

     구덩이에 던져 놓는다.



    *****************************************************
        
       시골집 맞은 편 산기슭에 있는 
       과수원에 갔었습니다.
       석류나무는 붉은 꽃을 
       감나무, 자두나무는 작고 푸른 열매를 
       움켜지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 
       씨 뿌리지 않아도 자라고 있는 참비름,
       나물 무쳐 먹으려고 뜯는데   
       어린 것일수록 뿌리 채 뽑혔습니다.
       씨앗 하나 매달지 못했는데
       흙도 제대로 움켜지지 못한 채 
       햇볕에 드러난 뿌리가
       문득, 마음에 걸립니다.  
       詩하늘 드림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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