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 속에는
강물이 깊을수록 잔잔한 것은
강물 속 가장 낮은 곳에
말없이 엎드린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강물이 흐를수록 푸른 것은
강물 속 가장 어두운 곳에
참으며 살아가는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령, 바닥이 들판과 같아지거나
언덕같이 산과 같이 솟아오르면
강물이 어찌 도도할 수 있겠으며
바닥이 비탈처럼 내리달리거나
깎아지른 벼랑처럼 떨쳐 일어서면
강물이 무엇으로 잔잔할 수 있겠는가
보이지 않는 강물 속 깊은 곳에
바닥이 말없이 엎드려 있기에
은어와 붕어 들은 강물에 노닐고
참게와 물풀 들은 바닥에 기대어
한 세상 유유히 흘러가는 것이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에
늪처럼 주저앉고 싶은 절망도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홍수에
해일처럼 뒤엎고 싶은 분노도
끝끝내 참아 낸 바닥이 있기에
들판의 곡식도 실하게 익어가는 것이다
아아, 저리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강물 속 깊고 어두운 곳에는
시퍼런 설움 속으로 묻어둔 채
묵묵히 세상을 지고 가는 바닥이 있다
2002. 8. 17 行雲
강물이 깊을수록 잔잔한 것은
강물 속 가장 낮은 곳에
말없이 엎드린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강물이 흐를수록 푸른 것은
강물 속 가장 어두운 곳에
참으며 살아가는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령, 바닥이 들판과 같아지거나
언덕같이 산과 같이 솟아오르면
강물이 어찌 도도할 수 있겠으며
바닥이 비탈처럼 내리달리거나
깎아지른 벼랑처럼 떨쳐 일어서면
강물이 무엇으로 잔잔할 수 있겠는가
보이지 않는 강물 속 깊은 곳에
바닥이 말없이 엎드려 있기에
은어와 붕어 들은 강물에 노닐고
참게와 물풀 들은 바닥에 기대어
한 세상 유유히 흘러가는 것이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에
늪처럼 주저앉고 싶은 절망도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홍수에
해일처럼 뒤엎고 싶은 분노도
끝끝내 참아 낸 바닥이 있기에
들판의 곡식도 실하게 익어가는 것이다
아아, 저리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강물 속 깊고 어두운 곳에는
시퍼런 설움 속으로 묻어둔 채
묵묵히 세상을 지고 가는 바닥이 있다
2002. 8. 17 行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