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참으로 아름답구나

行雲300 2006. 2. 25. 22:28
참으로 아름답구나


참 작기도 하구나, 너희들
밤하늘 파르르 떠는 별빛처럼
오소소 떨어진 하나님의 비듬처럼
쬐끄만 꽃잎 올망졸망 피우고서
비좁은 땅에 많이도 모여 사는구나
지나가는 사람들 잡초라 웃지만
가장 낮은 마음으로 불러보는
너희, 냉이꽃, 꽃마리, 꽃다지들아

아무도 너희를 심지 않았지만
누구도 너희에게 물주지 않았건만
화단 구석 혹은 길가에
가난한 무허가의 목숨 소복이 피어
하늘이 내리시는 비와 햇빛으로
하늘이 만드신 모습 그대로
봄 한 철 어여쁘게 살아가는구나
가진 것은 비록 적어도
나물로 된장국으로 혹은 한약재로
가녀린 풀잎과 종자 몸바쳐서
가난한 사람 보살피는 너희들
오오 참으로 어질구나

너희보다 넓은 곳에 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 몰아내고
더 넓은 땅 차지하려는 우리들
곱게 피울 꽃 한 송이 없이
약으로 쓰일 풀잎 하나 없이
땅을 빼앗고 더럽히기만 하는
우리들 욕심이 곧 잡초 아니냐

낮은 마음과 마음 손잡고서
어질고 정답게 살아가는 너희들
꽃다지, 꽃마리, 냉이꽃들아
실낱같은 뿌리 꿋꿋이 뻗어내려
이 땅 지키는 눈물겨운 목숨들아
오오 너희들 참으로 아름답구나


2002.4.27 行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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