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황금 잉어빵

行雲300 2006. 2. 25. 21:52
황금 잉어빵


40대 초반의 그가 아파트 입구에서 황금 잉어빵 장사를 시작한 것은 유례없이 추웠던 지난 해 연말쯤이었다. 얼어서 움츠리고 돌아오던 귀가 길에 그의 리어카에서 황금 잉어빵을 사 들면 따라오던 겨울이 저만큼씩 물러나곤 했다. 익숙지 않은 솜씨로 묵묵히 황금 잉어빵을 구워내는 그에게는 부인과 어린 두 딸이 있다고 했다.

그 추웠던 겨울 내내 그는 쉬지 않고 황금 잉어빵을 구웠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오후, 황금 잉어빵을 사러갔을 때였다. 겨울 동안 솜씨가 상당히 숙련된 그가 빵틀을 처억 여는 순간, 솟구쳐 올라온 것은 황금 잉어였다. 싱싱한 황금 잉어들이 파다닥거리며 튀긴 물방울이 금빛 햇살로 부서져 리어카 안이 환했다. 입춘이 벌써 지나고 우수가 다가오는 무렵이었다.


2003. 2. 12 行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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