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이규리] 수면내시경

行雲300 2008. 2. 3. 21:32

수면내시경/ 이규리

 

 

누군가 내 몸을 다녀갔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뭔가 몸이 수상하다

침대 시트에 묻은 타액은 뭘 말하는 걸까

 

누가 내 몸을 만진 건 아닌지

배꼽 아래 흉터를 본 건 아닌지

 

천장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았을 형광등도

형광등 자신은 한 번도 비추지 못한다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듯

 

나를 보지 못하는 건 내가 아니다

나를 볼 수 있는 것도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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