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스크랩] [백석] 흰 밤

行雲300 2007. 10. 30. 22:51
흰 밤


옛성(城)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박이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여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1935년 11월 [朝光]
*백석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인용

*달이 밝다 못해 희게 느껴지는 밤, 그러한 밤의 왠지 모를 슬픈 정서가 가슴이 저릿하게 전해 옵니다.
달이 오르자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나는 박, 이것은 낭만적 자연(달)과 인간(초가지붕 위의 박)의 본능적 교감과 조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절과부는 그와 같은 자연적인 본능 내지 욕망이 억압을 당하고 있습니다. 수절과부를 억압하는 존재는 옛성, 또는 묵은 지붕으로 표현된 전통 사회와 이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달이 밝다 못해 희게 느껴질 정도가 될 때 수절 과부는 외로움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목을 매여 죽고 맙니다. 옛날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의 비극적인 삶의 모습이지요.
백석 시인은 달밤의 서정을 극히 객관적인 태도로 간결하게 그려보이면서도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이 시 속에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옛성, 돌담, 초가지붕, 박, 수절 과부 등 함축적인 시어의 선택, 흰밤 등의 모순 형용의 의미와 효과 등 시 공부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백석은 특히 '흰'이라는 색채어를 많이 쓰는데(흰 밤, 흰 바람벽, 흰 당나귀, 흰 구름, 국수 등) 이 '흰'이라는 색채가 가지는 시적, 상징적, 심리적 의미는 백석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 앞으로 연구의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行雲의 외람된 생각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행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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