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行雲300 2006. 2. 26. 00:47
*결국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즉 자기 자신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리하여 당신 자신이 당신에게 쓰라고 명령하는 그 근거를 캐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당신의 가슴 밑 바닥으로부터 뿌리가 뻗어나오고 있다면, 만일 쓰는 일을 그만 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어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리고는 마음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대답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십시오. 만일 그 대답이 쓰지 않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낫다는 이와 같은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있거든,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이 필연성에 의해서 만들어 가십시오. (15-16쪽. 이하 홍신문화사 본의 페이지)

*예술 작품이야말로 끝없는 고독에서 나오는 것이며, 비평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만이 그것을 파악할 수도 간직할 수도 있으며, 부당함에 대해 불평할 수가 있습니다. (25쪽)

*사실 예술적인 체험은 성적(性的) 체험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비슷합니다. 그리고 성적 체험이 가진 외로움이나 괴로움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두 가지 현상은 외형은 다르나 동경과 지복(至福)의 같은 형태입니다. (26쪽)

*고독한 사람은 온갖 동물이나 식물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이란 사랑과 동경의 은밀하고도 지속적인 행태라는 사실을 압니다. (32쪽)

*당신의 고독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당신이 의지하는 고향이 될 것이며, 그 고독으로 인해서 당신은 자신의 길을 발견할 것입니다. (36쪽)

*반드시 있어야 될 것은 오직 이것 하나뿐입니다. 즉, 고독, 크고도 내적인 그 고독뿐입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 들어가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는 것, 그런 것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처럼 고독하십시오. (41쪽)

*사람들과 당신 사이에 관계가 없다고 느껴지시거든 사물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하십시오. 그것들은 결코 당신을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숱한 밤들도 여전히 그대로이며, 나무 사이와 대지 위로 불어오는 바람도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44쪽)

*고독하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고독이란 어렵기 때문이죠. 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고독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사랑한다는 것 또한 좋은 일입니다. 사랑도 어렵기 때문이지요. 인간과 인간이 만나 서로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들에게 부과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궁극적인 마지막 시련이고 시험이며 과제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다른 일들은 준비에 불과합니다 그런 점에서 초심자인 젊은이들은 아직 사랑할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사랑을 배워야 하지요. 모든 노력을 기울여 고독하고 불안하며 하늘을 향한 마음으로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중략)...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승화되고 심화된 홀로됨입니다. ..(중략)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 가는 숭고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끌어 가는 용기이기도 하고요. (48-49쪽)

*모르긴 해도 우리 생활 속의 모든 용들은, 언젠가는 우리들이 아름답고 용기 있게 보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공주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깊은 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무서운 것들도, 실은 우리로부터 도움을 원하는 무력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61쪽)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어려움을 사랑하고 그것과 친해지며 배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려움 속에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일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친구와 행복과 꿈을 바로 그 어려움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들은 깊은 내면 속에서만 모습을 나타내기 때문에, 우리들은 비로소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어려움이 갖는 어둠 속에서만 우리들의 미소는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며, 그 미소는 환상적인 불빛으로 빛나다가 일순간 밝아집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기적과 보물들을 보게 됩니다. (73쪽)

*창조자의 가장 깊은 체험은 여성적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받아들임으로써 잉태하고 출산하는 체험이기 때문입니다.(74쪽)

*그렇지만 자연은 완전한 것이기에 고독하며, 일체이기 때문에 고독합니다. 자연은 어떤 상태의 경계선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독의 훈훈하고 완성된 중앙 지대에 있습니다. (103쪽)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란 그 누군가가 죽어가는 시간이며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시간보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죽음이란 무한히 많은 숫자가 새겨진 글자판을 갖고 있습니다. (161쪽)

*죽음은 그릇의 테두리에 있는 마지막 선입니다. 우리가 그 선에 도달하기만 하면 우리들은 가득 차집니다. 가득 찬다는 것은 바로 어렵다는 뜻이며 전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략)...우리들은 죽음과 삶의 통일을 전제로 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185쪽)

*삶은 언제나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얘기하지만 죽음은 원래 긍정만을 얘기합니다. (186쪽)

*수면과 각성, 밝음과 어두움, 소리와 침묵......, 이런 온갖 대립적인 존재로 보이는 것들은 어디서나 결국 한 점으로 어우러지며,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하나로 결합되어 결혼행진곡을 부르게 됩니다. 그곳은 어디일까요? 그곳은 다름 아닌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186쪽)

*무서움과 행복은 신의 머리에 달린 두 개의 얼굴로 보면 정확할 것입니다. 두 개가 모여서 하나가 된 이 얼굴은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각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집니다. (1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