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김진경] 그 낯익은 담 모퉁이 은행나무

行雲300 2009. 7. 25. 11:17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낯익은 담 모퉁이 은행나무 / 김진경 여기 이르기까지 참 오래 꿈꾸었습니다. 참 많은 세상의 고 샅과 모퉁이를 서성거리기도 했고, 그 불 켜진 어느 집엔가 그대가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번번이 낙망하여 바 닥을 헛짚는 것처럼 발 밑이 허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이르 기까지 참 오래 꿈꾸었습니다. 나는 지금 또하나의 고샅, 또 하나의 불 켜진 집 담 모퉁이에 서 있습니다. 그대는 어디에 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이제 그것이 그 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임을 알 것도 같습니다. 오래도 록 찾아 헤매다 오래 전에 떠났던 집 앞에 이르러 기진하는 것이 목숨 있는 것들의 일임을 이제 알 것도 같습니다. 이 고 샅과 불 켜진 담 모퉁이는 무척 낯이 익습니다. 담 모퉁이에 기진한 은행나무 한 그루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고생대부터 이어온 그 모습,
     그토록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그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살아가면서 욕심 부린 것들이     
     세상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곱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아래 서서
     너와 내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해봅니다.             


詩하늘 드림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