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전기 / 최문자
건기인가 봐요 우리,
새들도 입 안이 마른다는.
바짝 마른 말로 통화하고 있잖아요 지금,
마른 대궁만 남은 당신 말에
나는 없는 미련 지지직거리며
타는 시늉 다 해보지만
갑자기 들러붙어요
말과 말 사이
부슬부슬 떨어지는 말의 먼지들 뿌연데
들리죠
우리 언어가 물 마르는
소리 따가워요
메마른 통화
갈라진 언어의 살 사이로
피 내비쳐요
건기인가 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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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어땠는지요?'
저물녘에 그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는 매일 '그냥 그렇지요' 말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그의 하루가 어떠했는지 다 압니다.
기운 없이 가라앉은 목소리
우기인가……
나 역시 기운날 일 없는 하루
짐짓 모르는 척,
그냥 '잘 지내세요' 라고 말합니다.
말과 말 사이
모래처럼 혹은 비처럼
부슬부슬 떨어지는 마음들,
그래, 우리 서로
우기인지, 건기이지
모르게, 모르는 척
그렇게 지내자고 중얼거려 봅니다.
詩하늘 드림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