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최문자] 정전기

行雲300 2008. 7. 14. 21:51
    정전기 / 최문자 건기인가 봐요 우리, 새들도 입 안이 마른다는. 바짝 마른 말로 통화하고 있잖아요 지금, 마른 대궁만 남은 당신 말에 나는 없는 미련 지지직거리며 타는 시늉 다 해보지만 갑자기 들러붙어요 말과 말 사이 부슬부슬 떨어지는 말의 먼지들 뿌연데 들리죠 우리 언어가 물 마르는 소리 따가워요 메마른 통화 갈라진 언어의 살 사이로 피 내비쳐요 건기인가 봐요 우리,
    *****************************************************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요?' 저물녘에 그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는 매일 '그냥 그렇지요' 말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그의 하루가 어떠했는지 다 압니다. 기운 없이 가라앉은 목소리 우기인가…… 나 역시 기운날 일 없는 하루 짐짓 모르는 척, 그냥 '잘 지내세요' 라고 말합니다. 말과 말 사이 모래처럼 혹은 비처럼 부슬부슬 떨어지는 마음들, 그래, 우리 서로 우기인지, 건기이지 모르게, 모르는 척 그렇게 지내자고 중얼거려 봅니다. 詩하늘 드림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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