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모음

수지침

行雲300 2006. 4. 6. 16:38
수지침


겨우 잠이 든 둘째 아이의 배에 연결된 비닐 주머니에는 피고름이 고이고 있다. 저 피고름이 다 빠지려면 앞으로 이 주일은 걸려야 한다고 했다. 해쓱한 아이의 얼굴이 안쓰럽다.

어제 밤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아이에게 어설픈 솜씨로 수지침을 놓아 주었지만, 그러나 아이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결국 아이는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가슴 속이 막힌 듯 답답해진다. 병실 복도로 나가 창 밖을 보니 하늘은 흐려 있다. 어릴 적 되게 체했을 때 내 팔을 쓸어내려서 바늘로 따 주시던 어머니....., 먹구름 잔뜩 낀 하늘을 보며 나는 검붉게 변색된 어린 날의 엄지 손가락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덧 30년이 다 되어 가는 객지 생활, 사람은 세월에도 체하는 걸까? 그 때 흐린 하늘이 잠깐 걷히는가 싶더니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별빛이 비쳐 왔다. 순간 손톱 밑이 몹시 따끔하였다.


2006. 1. 19. 行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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