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이웃 / 황인숙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끔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