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송순태] 아침 드시다

行雲300 2007. 6. 16. 08:14
    아침 드시다 / 송순태 아침 드셨어요! 인사하던 때가 있었다. 아침밥이니, 아침식사니 하는 어휘를 쓰면 어쩐지 궁색하고 여유가 없어 보여서 우리 선조들은 언어가 아니고 마음으로 서로의 아침 식사 여부를 물었다 정녕 우리 선조들은 구차스럽게 밥을 먹는 일보다 아침을 드셨다. 밝고 환한 아침을 감사하게 음식 보다 더 소중한 밝은 햇살과 맑은 공기와 새로운 하루를 아침으로 드셨다 설령 비루먹은 삶에 넉넉한 음식을 못드셔도 아침을 겸손하고 경건하게 충분히 드셨다 아침 드셨어요 하고 인사를 하던 때 그 인사가 인사하는 사람과 인사 받는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서로 넉넉히 아침을 드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사람이 그 하루를 살아가는 아침의 필요가 어찌 밥과 국 한 그릇, 그 음식 뿐이리 가족이건 이웃이건 나누고 나누어도 다함이 없는 그윽한 염려로 묻기에도 서로 아심찮은 마음이 인사가 되고 존경이 되어 허기를 밀어내던 분들 알고 보면 참 배부르게 아침을 드셨다 거기다 약소한 음식까지 곁들여 하루를 아침 햇빛처럼 따뜻하게 긍정하며 자네도 아침 잘 들었는가 대답하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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