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김현승] 가을의 향기

行雲300 2006. 10. 25. 14:38
 

<가을의 향기/ 김현승>


남쪽에선

과수원의 임금(林檎)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