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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노래하는 가시덤불

行雲300 2006. 2. 28. 20:22
    노래하는 가시덤불 / 고진하 새소리는 재잘재잘 들리는데 새들은 보이지 않는구나 마른 잎새들 간신히 매달고 있는 가시덤불 주자(奏者)의 얼굴은 감추고 생음악만 내보내는 가시덤불 가까이 다가서니 생음악은 뚝 그치고 귀가 민망해 돌아서니 다시 연주를 내보내는 가시덤불 홀로 걷는 방죽 아래 강물은 꽝꽝 얼어붙고 투명한 얼음 속, 지느러미조차 멈춘 고요의 어미들은 푸른 쉼표 하나씩 긋고 둥둥 떠 있는데 너의 바탕도 노래, 고요의 어미의 아들이라고 너와 나는 한통속이라고 속삭이는 가시덤불 은밀한 자아 쓱쓱 지워버리고 생음악을 연주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가시덤불 오 부드러운 소리의 둥지,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침묵의 가시로 무장한 가시덤불 오직, 경청(傾聽)만 허용하는 가시덤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