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이은봉] 청개구리와 민달팽이

行雲300 2006. 2. 28. 14:12
    청개구리와 민달팽이 / 이은봉 마곡사 선방 앞에 선다 자미나무 검붉은 꽃잎들 사이로 청개구리 한 마리 초싹거리며 뛰어오른다 얼기설기 나무판자 엮어 세운 선방 외짝문 앞엔 숯과 고추를 끼워 만든 금줄 처져 있다 굵은 통대나무들 가로막혀 있다 참선 중입니다, 먹 글씨로 밑으로 엉금엉금 민달팽이 한 마리 기어가고 있다 촉수를 늘여 언젠가는 이 선방 죄 더듬으리라 마음먹는 사이 오조조 자미나무 꽃잎들 바람에 진다 민달팽이의 발원도 흙 길 위로 진다 마곡사 지쳐빠진 선방 앞 늙은 매화나무 등걸을 밟고 한때는 나도 청개구리 한 마리로 초싹대며 뛰어오른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