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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람, 부정적인 사람

行雲300 2006. 2. 25. 23:45

긍정적인 사람, 부정적인 사람

 

 

 

그들은 김 교사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당국의 정책과 윗사람의 지시에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에 대해서도 김 교사는 반대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보 인권만을 강조하며 교육 행정의 효율성과 학생들의 피해를 생각지 않는(?) 김 교사는 확실히 부정적인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긍정적인 사람인가? 적어도 당국의 정책과 윗사람들의 지시에 잘 따르고 있으니 그들은 일단 긍정적인 사람일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전교조와 합의한 네이스 시행 전면 유보에 대해 그들은 극력 반대하고 나섰으니 그렇다면 그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 아닌가?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본다면 김교사가 부정적인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서 본다면 오히려 그들이 부정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적어도 학생들의 정보 인권에 대해서는 김 교사가 긍정적인 사람이고 정보 인권보다는 효율성과 편리를 중시하는 그들은 인권의 차원에서 본다면 김교사보다 부정적인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인상을 갖기가 쉽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도대체 긍정적이니 부정적이니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적어도 이 말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의 표현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대상'에 대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긍정적이니 부정적이니 하는 말을 무심코 하면서도 '어떤 대상'에 대해 그러한지 별 생각없이 말하고 듣는 경우가 많다. 위의 경우도 그들은 김교사를 무조건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하지만 김교사의 부정은 어디까지나 정보 인권보다는 교육 행정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책에 대해 그러한 것일 뿐이다.

흔히 우리는 '무엇에 대해'라는 말을 생략한 채 긍정적이니 부정적이니 하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기 입장과 다르면 상대방을 부정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나 주류 세력들이 그와 같은 말을 잘 쓰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부정적이라고 폄하하는 대상은 면밀히 따져보면 대개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현실 안주적이고 보수적인 것은 긍정적이고 진보적 개혁적 미래 지향적인 것은 부정적인가? 그런 생각이야말로 독선적이고 위험한 '부정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부정, 긍정을 말하기 전에 무엇에 대한 부정과 긍정인지를 밝히고 확인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사적인 이익만을 위해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겠지만, 잘못된 사회 현실의 개선을 위해 비판, 부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와 같은 정당한 비판과 부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의 발전은 항상 잘못된 과거에 대한 비판과 부정을 통해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부당한 긍정보다는 정당한 부정이 우리 사회에는 더욱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당신은 긍정적인 사람인가, 부정적인 사람인가? 예컨대 인권과 효율성의 대립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네이스(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에 대해서 당신은 무엇을 긍정하고 무엇을 부정하는가? 인류의 역사는 인권의 신장과 효율성의 확대가 양립하며 발전해 왔지만 네이스 문제처럼 그 둘이 정면으로 충돌하여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을 때는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진정 긍정적인 태도인가? 진보적인 태도가 다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진보적 성향에 대해 무조건 부정하는 보수적 태도도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예측하고 바라볼 수 있는 역사 의식일 것이다.

* 최근에 네이스 운영을 학교별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교육부와 관련 단체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늦은 감이 있지만 퍽 다행한 일이다.

 

2003. 12. 17 行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