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雲300 2006. 4. 20. 00:27

산길

 

기나긴 겨울을 지나서 온 길은
이젠 어깨가 다 굽어서
힘겹게 산을 오르고 있다

오르다 지치면
나무 그늘에 앉아 쉬다가
연초록빛 가지 사이
새 소리에 깜박 졸기도 하다가
생각난 듯 다시 산을 오른다

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긴 잠 깨어난 봄은 파아랗게 돋는데
산이 높아질수록
길은 가물가물 여위어만 가다가
홀연히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산으로 떠난 길들은
봄날이 이울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2006. 4. 17 行雲 (4.22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