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밤에 쓰는편지 1 - 소쩍새 우는 밤엔

行雲300 2006. 2. 25. 22:58
밤에 쓰는 편지 1
-소쩍새 우는 밤엔

소쩍새 울어서 지새는 밤엔 묵은 상처가 터진 듯 여기저기서 나무들이 앓는 소리가 들립니다. 솟아오른 열꽃으로 벚나무는 온몸을 뒤척이고 목련은 날선 달빛에 꽃잎을 다쳐 뚝뚝 눈물을 흘립니다. 산다는 것은 그처럼 누군가를 깊이 앓아서 눈물 같은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일인가 봅니다. 언젠가 바람 불어 꽃잎 떨어지면 마침내 그대를 앓지 않게 될까요? 그대 언제나 뒷모습뿐이신 사랑이여, 별빛은 스치는 바람에도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