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집을 짓지 않는다

구례를 지나며

行雲300 2006. 2. 25. 21:51
구례를 지나며


무덤들이 모여 산다

먼 길 줄기차게 달려온 지리산이
섬진강 맑은 물에 발 담그고 쉬는 곳
거기 양지바른 산자락과 논밭에
옹기종기 무덤들 모여서 산다

송죽 우거진 산비탈에 기대어
은어 비늘처럼 반짝이며 흐르는
섬진강 맑은 물 바라보며
강물에 멱감던 옛날 생각하는 걸까

피땀으로 일구었을 하늘지기
그 논밭 한가운데 자리잡고 앉아
후손들 가을걷이 흐뭇이 지켜보며
고향 산천 터주가 되어 있는 걸까

굽이굽이 강물 따라 산도 흘러가는 곳
어진 마음들 살아가는 구례에는
무덤들 사람 곁에 모여서 살고
사람들은 무덤 모시고 살아간다


2001. 2. 行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