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이성복] 두 개의 꽃나무
行雲300
2009. 7. 26. 02:25
두 개의 꽃나무 / 이성복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잎이 예뻤고 다른 하나는 가지가 탐스러웠습니다
당신은 두 개의 꽃나무 앞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고
그 중 하나는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두 개의 꽃나무 다 갖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뜰에
심고 다른 하나는 문 앞에 두고 싶었습니다
내 다 가져가면 당신의 정원이 헐벗을 줄 알면서도,
허전한 당신 병드실 줄을 알면서도……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두 개의
꽃나무 사이, 당신은 쓸쓸히 웃고만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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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당신의 그 정원에
키 작은 채송화라도 심어 놓았어야 했는데
풀들만 무성한 그 정원을 보고서도
시간이 없다고
할 일이 많아 늘 바쁘다고
급하게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고백하건데
그 두 개의 꽃나무는
당신 정원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고
당신 정원에서 바라볼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詩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