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공광규] 외도

行雲300 2009. 7. 26. 02:09

 

 

             외도

-공광규



음력 스무날

거제도에 가면 다른 섬 외도에 갈 수 있다


뱃삯은 망치해안에서 담아온 안개 한 가방

거스럼돈은 지세포 바람 한 줌


포말 갑판에 올라

풀잎 등대를 바라보라


녹슨 몸통에 소주를 주유하고

마음의 온도를 일 도 높이면

이내 기관이 가열하여 외도에 닿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리고

외도에 다녀와선 외도를 말하지 말라


달빛항구 안개부두 외도행 여객선은

말하는 순간 이미 사라졌으므로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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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디를 다녀와서는

본 것 이상으로 포장하여 지껄이는데

이게 다 뭔가, 병적이지 않은가?


거제도에서 다른 섬 외도로 건너가는 길은

짧고 간단해 보여도, 오가는 동안 내내

파랑이 가르치는 것은 한 가지


파랑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이 바다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바다를 빗대어

파랑의 실체를 정확히 말하라는 것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고 시를 쓰는 바른 자세라는 것

우리가 행복했던 그 밤은 지나갔지만

공광규 시인을 초대하여 가졌던 시 낭송회에서

시와 삶을 나눌 수 있어 더 행복했다는 기억만이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詩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