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박노해] 나는 순수한가

行雲300 2009. 7. 26. 02:06

 

  

나는 순수한가

-박노해



찬 새벽

고요한 묵상의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피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강함인가


우주의 고른 숨

소스라쳐 이슬 떨며

나팔꽃 피어나는 소리

어둠의 껍질 깨고 동터오는 소리



*시집 『참된 시작』(창비,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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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는 이보다

속아주는 이가

더 행복하다


혼자의 생각을

다수의 생각으로 몰아가며

개혁을 서두르는 저 속임을

바보처럼 바라보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인가


시간이 약이라

세월이 흐르면

참된 것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우린 이미

행복하게 웃은 적이 있지 않은가?


그날은 온다

하늘을 손으로 가릴 수 없음이

바로 그런 까닭이다

 

詩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