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김상현] 눈길을 내며
行雲300
2009. 7. 25. 11:31
눈길을 내며
-김상현
눈을 쓸며 길을 냈습니다
되도록 멀리까지 길을 냈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길을 냈습니다
혼자 있기가 쓸쓸해서 길을 냈습니다
아무나 찾아올 수 있도록 길을 냈습니다
기다림을 위해 길을 냈습니다
길을 내면서 행복해 했습니다
휘파람을 불면서 눈을 쓸었습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니 어느덧
내 속에도 정갈한 길 하나가 나 있었습니다.
시집 : 『노루는 발을 벗어두고』(시와시학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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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어 하는 일에는
신명이 있고 즐겁습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그를 위하여,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자 한다면
아니 즐겁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러다 보면 내 마음에
즐거운 길 하나 나 있음을 알고는
기뻐 웃겠지요.
우리 사는 일이
이러하면 좋겠습니다.
詩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