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김현옥] 허공은 입이 없다

行雲300 2009. 7. 25. 11:02
    허공은 입이 없다 / 김현옥 천지 사방 허공뿐이니 파도나 피워대던 심심한 바다가 허공에게 말을 건다, 심심하지 않니? 바람이나 피우지 그래 그러나 허공은 농담할 입이 없다 입도 없고 문도 길도 없다 들어오고 싶으면 오고 나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는 텅 빈 표정뿐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들이 새처럼 허공을 맴돌다가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허공은 싫다고 내뱉을 입이 없다 입도 없고 추스릴 마음도 없다 그러나 우주만물 다 껴안을 품은 있다 깡그리 다 껴안고도 널널할 허공은 그러나 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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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여유로운 오후,
          연꽃 보러 가까운 연못에 갔었습니다.
          못 가득 채운 
          연 잎이 고스란히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연못은 
          무슨 할 말이 저리도 많은 걸까요?
          겨우내 꽉 다물고 살더니
          물 밖으로 내민 입들이 너무 많습니다.
          입 속으로 들어온 물방울,
          또르르 제 자리로 보내줍니다.
          입 속으로 들어온 바람,
          사르르 제 자리로 보내줍니다.      
          내 입도 
          그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詩하늘 드림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