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황인숙] 산오름

行雲300 2008. 7. 14. 21:59
    산오름 / 황인숙 친구와 북한산 자락을 오른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고 친구는 느릿느릿, 그의 기척이 이내 아득하다 나는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기를 몇 번, 기어이 친구가 화를 낸다 산엘 왔으면, 나무도 보고 돌도 보고 풀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걷는 법이지 걸어치우려 드느냐고 아하! 친구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려는데 어느 새 휙휙 산을 오르게 되는 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면 멀리서 친구가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풀도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며칠 전 출근길에 
         아파트 입구 주변에 하얀 꽃이 보여 
         차를 멈추고 가보았습니다.
         초롱꽃과 치자꽃이었습니다.
         10여년을 넘게 살아온 아파트,
         그렇게 많은 초롱꽃이 
         그렇게 향기 좋고 빛 고운 치자나무가 
         꽃을 피우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보이기 시작한 풀꽃과 나무들,
         그 풀꽃과 나무를 만나러 
         들로 산으로만 눈 팔린 동안,
         그냥 그렇게 
         내가 걸어치운 동안……
         말없이 피고지고 하였겠지요.
         詩하늘 드림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