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노향림]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行雲300 2008. 7. 14. 21:45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 작은 풀꽃들,
     녹두알만 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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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나무 아래에서는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 말없이 고운 꽃잎 떨구는 나무 바라 볼 수 없어 눈을 감습니다. 감은 두 눈 속에서도 환하게 보이는 흔들림 없는 나무 하나 두려움 없이 떨어지는 꽃잎, 꽃잎들 차고 맑은 슬픔을 안고 모두 어디로 가느냐고 무슨 이름으로 묻히느냐고 물을 수 없어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