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노향림]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行雲300
2008. 7. 14. 21:45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 작은 풀꽃들,
녹두알만 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 벗꽃나무 아래에서는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 말없이 고운 꽃잎 떨구는 나무 바라 볼 수 없어 눈을 감습니다. 감은 두 눈 속에서도 환하게 보이는 흔들림 없는 나무 하나 두려움 없이 떨어지는 꽃잎, 꽃잎들 차고 맑은 슬픔을 안고 모두 어디로 가느냐고 무슨 이름으로 묻히느냐고 물을 수 없어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