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고영] 즐거운 한때

行雲300 2007. 8. 19. 01:03
    즐거운 한때 / 고영 창을 두드리는 장대비가 방안 구석구석 빗소리를 남기고 갑니다 몸만 풀고 가기엔 아무래도 섭섭했던 모양이군요 책 속에도 빗소리로 가득합니다 떡갈나무 장대비가 숲을 건너가기 전에 나는 빗소리를 담아두려 합니다 빗방울을 움켜쥐고 있는 도토리들 도토리를 쏘아 올리는 흥겨운 떡갈나무들 숲속에 펼쳐진 저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발끝이 들려, 마음이 들려 어느새 신명난 구경꾼이 되고 맙니다 징소리가 된 빗소리 꽹과리가 된 빗소리 옹이 투성이 떡갈나무 잎도 빗소리에 긁히니 한 가락 노래가 되는군요 한바탕 잔치가 질퍽한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밤은 빗소리를 떠나보내긴 글렀나 봅니다 어린 떡갈나무들까지 모여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