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이기와]하릴없이
行雲300
2007. 6. 9. 21:31
하릴없이 / 이기와 오리를 데리고 개울가로 간다 오리를 안아보니 속이 빈 구름이다 구름이 허공에 잠기지 않는 건 마음이 없기 때문인가 무심無心한 오리가 개울물에 구름처럼 종이배처럼 떠 있다 오리의 유쾌한 목욕을 반나절 지켜보고 있는 나를 누군가 불쾌하게 지켜보며 혀를 찬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생을 가벼이 살아서야 되냐고 방울 달린 혀가 내 심심深深한 생각의 수면에 방울을 던져 소음의 파문을 일으킨다 오리와 내가 저속低俗에 빠지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일 말고, 더 나은 비중比重의 일이란 어떤 것일까 아무리 무게를 실어 깊게 잠겨보려 해도 물은 공을 차듯 오리를 물 밖으로 튕겨낸다 물과 놀아도 물에 젖지 않는 오리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생을 가벼이 살아서야 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