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시편지

[서안나] 곡선의 힘

行雲300 2007. 6. 8. 09:12
    곡선의 힘 / 서안나 남한산성을 내려오다 곡선으로 휘어진 길을 만난다 차가 커브를 도는 동안 세상이 한쪽으로 허물어지고 풍경도 푸름의 중심을 놓아버린다 내 생의 무게 중심이 삽시간에 흐트러진다 나는 나에게서 한참 멀어져 있다 나는 모서리처럼 몸을 세우고 곡선의 격렬함과 싸운다 내 몸에서 중심을 붙잡으려 손길들이 뛰쳐나온다 모든 것을 움켜쥐려 하던 수많은 내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나에게서 내가 이탈된다 커브길을 돌아 나에게 되돌아오는 몇 초 동안 나의 경계를 넘어서고 나의 슬픈 배후까지 슬쩍 엿보게 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