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모음
나무 그늘에 눕다
行雲300
2007. 5. 29. 07:47
나무 그늘에 눕다/ 강승남
오월의 맑은 어느 날
나무 그늘 아래 누우면
황금빛 햇살에 아른거리는 나뭇잎
눈이 부시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온 몸을 간질이는 편안한 바람
엷은 졸음처럼 가물가물
내 곁에 다가앉는 머언 옛날
생각해 보면
온 몸 떨려오던 기쁨들도
가지 끝에 머물다 떠나간 바람
슬픔으로 휘청거리던 날들도
다만 한 때의 바람일 뿐이던 것을
꿈결인 듯 청아한 새소리에
가늘게 눈 뜨고 바라보면
가지마다 매달리어
푸르게 한들거리는 수많은 나뭇잎들
끊임없이 흔들리며 한 세상 살아가는
아아, 저 푸른 빛들의 향연
그만 나도 푸른 빛으로 물들어
나뭇잎처럼 마음 설레어 오는
오월, 그 어느 푸른 날의 오후
2007. 5. 28. 行雲